• 소셜 로그인
    • 소셜로그인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로그인연동 서비스로 본 사이트에 정보입력없이로그인하는 서비스 입니다. 소셜로그인 자세히 보기
청야칼럼
Calgary booked.net
-29°C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이전글  다음글  목록

착한 간호사의 추억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7-07-17 (월) 22:32 조회 : 16575
글주소 : http://www.cakonet.com/b/column-110
  • 고기원 부동산
  • 이미진
  • Tommy's Pizza
  • 코리아나 여행사
  • WS Media Solutions
  • Sambo Auto

청야 김 민식(캘거리 문인 협회)

우리부부가 동시에 수술복을 갈아입고 수술 대기실에서 수술 담당 의사를 기다린 건,

얼마 전 진료실에서 만났던 친절한 아저씨 같은, 그 외과 전문의사여서, 아내의 표정이 무척 밝았다. 수술 전 마취방법과 수술 요령 등을 설명하면, 나는 설명하는 중간 중간. 아내에게 서투른 통역을 해 주었다. 아내가 먼저 수술실로 들어갔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초조함으로 한참을 기다린 것 같은데, 수술을 끝낸 의사가 나를 보며 빙그레 웃는다. 내가 수술 후 눈을 뜬 것은, 아내의 병실 침상 옆이었다. 아내는 마취 후유증인지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우리는 Rocky View Hospital 남쪽 창밖의 전망이 아주 좋은 곳에, 같은 날 같은 의사에게서 수술을 받은 후, 동시에 입원했다. 신혼여행 이후, 20여년만의 모처럼 오붓한 시간이지만, 태산 같은 두려움 때문에 침묵이 오래 지속 되었다. 나는 통증의 걱정보다는, 팔려고 내놓은 가게들의 궁금증 들이 온통 나의 머리를 휘감고 있었다.

“한 이삼년 푹 쉬며 경험한 다음에 비즈니스를 구하시지요!”

이제 겨우 이민 정착 3개월 밖에 안 된 나에게 많은 교회교인들이 조언을 한다. 그 시절에는, 지금보다 더 심한 불경기로 문 닫은 가게들이 널려있었다. 오래된 경영주 가게들의 건실한 매물도 많이 나왔는데, 쓸 만한 가게들은 이십만 불 이상을 호가(呼價)하고 있었다. 생활여유가 별로 없는 나로서는 수술 통증의 고통보다는 생계의 걱정이 더 컷을 것이다. 새 집을 장만할 꿈은커녕, 어떻게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던 시절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창밖은 어둠이 깔리고 있다. 입원해 있는 동안 우리를 보살펴 줄 야간 담당 간호사가 해맑은 미소로 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주의사항을 세밀하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3박4일 동안 화장실은 따로 준비해 놨으니 개인 명찰이 붙은 전용 화장실만 이용할 것, 안내 직원의 허락 없이는 혼자서 복도를 나다니지 말 것 등등, 이미 초기 이민자의 신상을 파악한 듯,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아내와 나는 이민정착과정에서 치질이 재발한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 간단한 레이저 수술 한 것이 재발하였고, 아내는 스트레스로 재발했다. 비즈니스를 구하면 바빠서 수술하기도 힘들 것이라, 고통스럽지만 절제수술을 같이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병실입원 사흘이 지나자, 수술부위의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지만, 통사정을 하고, 나만 먼저 퇴원했다. 퇴원한 즉시 노트에 깨알같이 오려 붙여둔 가게 매물 광고를 보며 바쁘게 돌아 다녔다.

내일 아침 새벽에 아내 병실로 문병하리라.

밤늦게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와 막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담당 간호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내가 매우 신경이 예민하므로 직접 간호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병실에 도착하니 담당 간호사가 문 앞에 서서, 문을 살짝 열어놓은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쉿’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키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제 겨우 잠이 들었으니 깨어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라는 것이다. 마치 고위신분의 특별환자 대하듯 친절하다.

아내가 저녁 무렵, 복도 구석의 벽에 걸려있는 공중전화기를 향해 걸어가다가, 묽은 대변을 흘렸다는 것이다. 창피한 마음에, 저녁식사도 거르고 눈물만 굴성이다가 겨우 잠들었으니, 절대로 나무라지 말고 보살피라며, 깨어날 세라 아주 슬그머니 문을 열어 주었다. 아내가 밤중에라도 깨어나면 줄 간식거리와 나의 밤참 까지도 준비해서 가지고 왔다. 그리고 아내의 음식이 식성에 맞지 않은 것 같으니, 특별 식단을 주문하라고 했다. 그의 표정에는 환자의 어떤 실수도 괜찮다는 듯, 초기 이민자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며 배려하는, 과잉 친절의 표정이 역력했다. 그 이튿날 아침, 간호사는 나의 식사까지 준비해 주었다.

이민 초기 시절, 이처럼 착한 간호사를 만난다는 것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마음의 불안이 제거되며, 이미 절반의 치료가 성공한 셈이다. 지금도 캐나다에서 앨버타 주는 의료보험 비용을 전혀 내지 않는 주로 유명하지만, 모든 의료비용이 일절 국가 부담인 것도 신기했다.

부부 동시 수술 사례가 매우 관심거리였을 것이다. 퇴원하는 날, 몇몇 간호사들이 엘리베이터 문 앞까지 다가와서 따뜻하게 배웅해 주었다. 퇴원하는 아내의 통증 호소를 연신 들으며 엊그제 보아두었던 매물 가게를 보러 바로 차를 몰았다. 지금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오는 회상이지만, 꽃잎 향기처럼 상그러웠던 시절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흐른 지금까지도, 늘 미소를 머금고 친절히 간호하던 나이팅게일 같은, 그 착한 천사 간호사를 잊을 수 없다. 임상실습을 나가기 전, 간호학도들이 손에 촛불을 든 채 선서하던 그 내용을 내내 간직한 채, 환자를 돌보았으리라.

한글 번역보다 더 영어 원문아 더 감동적이다.


The Nightingale Pledge: Nursing Ethics Oath

“I solemnly pledge myself before God and presence of this assembly;

To pass my life in purity and to practice my profession faithfully.

I will abstain from whatever is deleterious and mischievous and will not take or knowingly administer any harmful drug.

I will do all in my power to maintain and elevate the standard of my profession and will hold in confidence all personal matters committed to my keeping and family affairs coming to my knowledge in the practice of my calling.

With loyalty will I endeavor to aid the physician in his work, and devote myself to the welfare of those committed to my care.”


이전글  다음글  목록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제목 날짜 조회
계묘년 새해 단상 (청야)먼동의 아침놀이 구름 사이로 이글거립니다. 임인년에 이어 계묘년 새해 아침에도 지척의 로키산맥 사우스웨…
01-04 5856
캘거리 가을이 빠르게 깊어간다. 온난화 변덕이 로키산맥을 부추기는가, 여름이 해마다 늑장을 부린다.  공간을 빼앗긴 가을이 제 멋을 잃어…
10-18 7515
2022년 3월 15일 존경하는 Y형! 멀리서 봄의 소리가 연신 들려옵니다. 밖은 아직 영하의 찬바람으로 가득한데 양지바른 구석진 곳의 눈덩이를 발로 …
03-28 7143
캘거리 한인회가 주관한 제103 주년 삼일절 기념식이 2022년 3월 5일(토) 오전 11시 정각, 캘거리 한인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되었다. 구 동현 한인회…
03-15 6885
3월 1일 아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벌써 6일째다 지난 주일 인터넷으로 우크라이나 키에프 연합교회의 비대면 생중계 주일 예배를 함께 …
03-03 7140
임인년(壬寅年) 새해 아침  일출의 전후는 쾌청하다는 일기예보에 서둘러 사우스웨스트 남서쪽, 유대인 CHEVRA CADISH CEMETERY 공동묘지 언덕에 서서 …
01-10 6933
상서로운 백옥 자태 음~메 소망의 나래 타고 여명을 휘장 찢던 빛의 그대여, 우울한 뚝심 천상의 소리가 여러 지는데   제야의 …
12-29 7425
캘거리 한인회 정기총회가 2021년 12월 11일 9(토), 예정 시간보다 무려 1시간이나 늦은 12시 정각, 캘거리 한인회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추운 날씨와 눈…
12-28 9513
캘거리는 나의 첫 정착 도시, 고향처럼 푸근한 정이 깃든 곳 갈수록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디아스포라는 태생적으로 더 좋은 …
11-29 8274
젊은 시절은 꿈을 먹고 살고 늙어갈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한다.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그리움의 깊은 사유를 찾아서  심연에 이른…
11-10 6867
향유(享有)고달프고 불안한 굴레의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의 자유를 누리는 것, 디아스포라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소망이다. 고난과 시련의 진흑…
10-27 11157
Happy Thanksgiving Day!  공휴일 아침 묵상의 시간이 길어진다. 지나간 2년 동안 COVID-19의 두려움과 함께한 날들을 회고하며 각오들을 새롭게 다짐한다.…
10-13 6144
내 서재에는 부모님 생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 액자가 하나가 걸려있다.이민을 오기 몇 해 전쯤, 강원도 기도원에서 생활하시는 부모님과 함께  춘…
10-05 9171
낯선 전염병의 두려움에 시달리다 어두움이 짙어지면 늙음의 두려운 시간들이 시작된다. 쇠약의 언어들이 부활하고  늙은 관절의 주책없는 칼질…
09-15 10413
8월 30일자 The New York Times 인터넷신문에는 Thomas Gibbons-Neff 기자의 아프카니스탄 주둔 미군의 마지막  비참한 철군 모습을 장문의 기사가 비…
08-31 9744
가을입니다. 산불 매연 때문에 사방이 퀘퀘하고 을씨년스러워도 가을은 기어이 손끝으로 영글은  대지의 신호를 보내옵니다. 여름내내 사는 것 …
08-18 9417
8월에 들어서도  무더운 날씨의 기승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없다.전례 없는 폭염과 가뭄이 달포가 넘도록 계속 중이다. 산불이 계속 일더니 …
08-04 7746
지금 지구촌에는 기후변화의 피해 여파가 심각하다. 불과 몇 주일 사이에 발생한 일들이다. 북미 주의 고온 열돔 현상과  유럽의 대홍수 재난 사…
07-20 9201
팬데믹 기간을 지나는 노년의 가파른 삶들이 경건한 추억들을 만든다. 추억은 회상할수록 점점 미화되어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다지만, 노년의 …
07-06 8949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앨버타 주민들은 온통 거리로 나와 자유와 환희의 축제를 만끽하며 들떠 있을 것입니다. 점입가경으로 주말에는 각종 종…
06-21 10422
목록
 1  2  3  4  5  6  맨끝
 
캘거리한인회 캘거리한인라이온스클럽 캘거리실업인협회 캘거리여성한인회 Korean Art Club
Copyright ⓒ 2012-2017 CaKoNet. All rights reserved. Email: nick@wsmedia.ca Tel:403-771-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