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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합창곡 단상(斷想)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6-04-30 (토) 13:29 조회 : 24744
글주소 : http://www.cakonet.com/b/column-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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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를 꿈꾸다―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지난 4월 23일(토) 오후8시, ‘Ode to Joy; Beethoven's Ninth Symphony’ (Jack Singer Concert Hall)연주 공연은 오래 동안 나의 기억 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고이 간직될 것이다. 윤택한 생각을 만들어 내는 자신감으로, 노년 인생의 환희보다는 진정한 자유가 그리워 고독할 때, 스스로를 삶을 추스르는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Roberto Minczuk'가 지휘한 〈Calgary Philharmonic Orchestra(CPO)〉와 150여명의〈Calgary Philharmonic Chorus〉단원, 35명의〈캘거리한인합창단〉이 함께 공연한 2부 순서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에서 나는 ‘테너Ⅰ’파트의 단원으로 참석했다.

작년 늦가을, BEETHOVEN 'Symphony No.9 D minor, Op. 125' 독일어 가사― 60 페이지의 두툼한 악보집을 배부 받고는 시작부터 두려움이 앞섰다. 독일어로 불러야하고 곡이 매우 빠르고 고음부분이 많아 걱정부터 앞섰다.

지난겨울 5개월 동안 매주 화요일 2시간여의 집중연습에 빠짐없이 참석했다.

발성 연습시간이 매우중요하기 때문에, 시작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눈길의 과속운전, 일하던 가게에서 아내 몰래 도망쳐 나온 아찔한 추억 등이 눈에 선하다.

특히 2개월 동안은 집에서 동영상을 보며 매주 배운 것을 복습했다. 기억력 감퇴로 고전하는 나로서는 적어도 200번이 훨씬 넘도록 합창 전곡을 따라하며 연습하며 마침내 가사와 합창악보를 대부분 외웠다.

내가 지난 수개월간 합창교향곡에 심취, 뒤늦게 부산을 떨며 전력투구한 이유는, 베토벤을 새롭게 접하고 난 후부터다.

그동안 매년 연말만 되면 전 세계의 관현악단들이 송년 음악회 단골 레퍼토리로, 해마다 일본 오사카와 히로시마의 대형 실내 체육관에서 1,000 ~ 10,000여명의 아마추어 단원들로 구성된 합창단들이, 이 공연만을 위해 몇 달간 집중적으로 연습한다는 것, 등등의 흥미를 넘어, 음표하나하나를 마치 조각하듯, 깊은 고뇌 없이는 쉽게 음표를 그리지 않는 작곡가, 불우했던 유년, 청년 시절의 처참한 고독 속의 삶 가운데서도, 늘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생각으로 삶을 극복하고, 자유를 꿈꾸던 베토벤의 소소한 전기들이, 나에게 삶의 활력소로, 새로운 노년의 힘으로 불현 듯 닥아 왔기 때문이다.

《교향곡 9번 d 단조》는 프리드리히 실러’의 시 〈환희의 송가〉를 가사로 ‘루트비히 반 베토벤’이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 작곡한 마지막 교향곡이라 더욱 의미가 깊다. 1778년, 여덟 살의 어린 나이에 피아노연주회를 가쳤던 천재소년에겐 애당초 운이라는 수식어가 없었다.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생계를 도맡아 꾸려야 하는 어린 가장으로, 주정뱅이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는 독백이, 위대함을 발휘하는 원동력이 되었으리라. 간경화, 폐렴, 빈번한 복통, 청각장애 그리고 매우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피할 수 없이 유발되는 우울증으로 죽음의 그림자가 항상 따라다니는 불행의 연속이었지만, 여타 불우한 천재예술가들처럼 술주정뱅이로 전락하거나 스스로 죽음을 택하지 않는 구두쇠 가장으로 1827년 57세로 생을 마감했다.

‘이 세상의 가혹한 현실이 엄하게 갈라놓았던 것들을

신비로운 그대의 힘으로 다시 결합시켜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되고

당신의 온유한 날개가 머무는 곳으로......‘(베토벤 합창곡 중에서)

베토벤, 온갖 풍상과 고통 속에서도 ‘신비로운 그대’처럼, 훨훨 벗어나는 ‘자유’를 꿈꾸었으리라. 환희의 송가는 자유의 송가 메타포,은유인 것을 반복 연습 중에 깨달았다.

Tochter aus Elysium, (낙원의 여인들이여)

Freude, schöner Götterfunken (환희여, 아름다운 신들의 찬란함이여) 마지막 부분, 나는 감격이 겨워, 온 몸으로 힘차게 전심으로 합창했다.

합창이 끝나고 김하나 지휘자가 오케스트라 지휘자의 안내로 합창단 지휘자 Timothy Shantz와 나란히 무대 중앙에 서자, 1000여명의 청중이 일제히 기립박수로 열광했다. 캘거리 한인 역사에 또 한 번 자랑스러운 기록을 남기는 날이다.

파트연습 피아노 녹음파일을 직접 챙겨서 보내주고, 막바지 주중에는 개별레슨도 서슴지 않고 시간을 할애하며 전력투구하던 김하나 지휘자의 모습이, 파트 연습을 시키느라 통증으로 손목이 퉁퉁 부은 박현미 반주자의 헌신적인 모습과 오버랩 되며 순간적으로 눈시울이 뜨거워 졌다. 우리 한인 합창단을 이끄는 위대한 지도자 들이다. 이분들의 실력과 헌신적 수고가 없었으면 전혀 불가능 했을 것이다.

세계 어느 한인 합창단도 지방자치단체 교향악단의 초청으로 적지 않은 출연료를 받으며 출연한 경우는 아직 검색하지 못했다.

1804년 위대한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는, 죽기직전 하인인 람페에게 포도주를 한 잔 청해 마시고는 “에스 이스트 굿(Es ist gut; 좋다)”을 읊으며 세상을 떠났지만, 물질적인 현실과 높은 이상을 지닌 체 삶의 품위를 잃지 않고 탁월한 균형감각을 지닌 베토벤은 한 출판업자가 베토벤에게 포도주 한 상자를 보내자, 친구인 안젤름 휘텐브렌너에게 속삭였다. “안타깝네. 너무 늦었어!” “친구들이여 박수를 쳐라. 연극은 끝났다. 하늘나라에서 들을 수 있겠지” 라고 말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는 운명 속에 살다 간 한 인간이 마지막 까지 최선을 다해 살았으나, 끝내 이루지 못할 꿈을 접느니, 연극은 끝났고 당신들이 할 일은 박수만 쳐도 된다는 어느 원로 음악교수의 해설에 덧붙여 “음악가 바흐는 철학자 데카르트 정도에 견줄 수 있지 않을까 싶고, 베토벤은 위대한 철학자 칸트와 헤겔을 합쳐놓은 정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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