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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거리 겨울 ‘는개’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016-03-12 (토) 05:19 조회 : 14286
글주소 : http://www.cakonet.com/b/column-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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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로키 산마루 저녁놀 보다는 새벽미명이, 칠흑의 밤이 새벽여명보다 더 아름다워,

가슴이 뜨거워 질 때가 있다.

밤은―

창공의 별들, 달무늬 이고 가는 달무리 여린 달빛에 마음이 풍성해지고

로키 산맥을 넘느라 한참을 슬피 울어, 텅 빈 구름바다가 마지막 마른눈물로, 사라지는 석별의 정을 나누는 시간이다. 사랑으로 가슴을 데우면, 어둠 속에서 고독이 제 모습으로 찾아오는 순간이다. 고독은 소멸 깊이 있어도 새로운 생명으로 여명을 만든다.

하루에 또 뿌듯한 밑줄을 긋는 시간이다.

오늘따라 긴긴 겨울 밤, 밤이 유난히 적막하고 메마르다.

저녁 시눅바람이 한차례 휘몰아치더니 마른 목덜미를 촉촉이 녹이며 검붉게 언 심장을,

다독이는 가냘픈 소리가 있어 가게 뒷문을 활짝 열었다.

짙은 안개 같기도 한 뿌연 무리가 밤바람을 타고 밀려들어온다.

제 무게에 눌려 춤추지 못한 외로움을 달래려는가.

나의 얼굴에 스멀스멀 파묻곤 촉촉한 키스로 짜릿한 애무를 한다.

‘는개’

캘거리 2월 하순인데 는개가 내리고 있었다.

같은 물방울이지만 안개는 끼어 있고 는개는 내린다고 한다.

끼 있는 안개는 밤새 현란한 춤으로 덧없는 소멸을 하지만,

는개는 대지를 촉촉이 조심스레 적시며 깨운다..

예지의 신비한 비밀과 정을 가득 담은 따뜻한 이름이다.

보슬비, 가랑비, 이슬비처럼 ‘비’ 자 돌림이 아니다. 안개보다는 조금 무겁고 굵어서

비답지 않은 여린 비, ‘축 늘어진 안개’를 연상하며 옛 선조들은 ‘는개’라고 불렀다.

는개의 간지러운 애무에 파묻혀 가게 뒤뜰 70년생 미루나무가 오랜만에 기분 좋게 웃고 있다.

양버들과 잡종인 이태리포플러와 흡사하지만 겨울눈에 털이 없고 열매이삭과 수꽃이삭의 길이, 50여개의 수술, 서너개 남짓의 암술머리로 미루어 나는 ‘미루나무’라고 부른다.

가게를 인수하고 20여년이 훌쩍 지나는 동안 무서운 생장과 풍우의 고통, 아픔 속에서도 꿋꿋이 명을 이어오는 생명력이 나의 신세와 흡사해 우리 둘 사이는 각별한 정분으로 서로를 위로하곤 한다.

미루나무 우듬지가 가로등 아래에서 반갑게 맞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우듬지의 길이는 어느새 가로등의 2배 정도의 길이로 생장했다.

미루나무의 겨울눈은 이미 는개에 촉촉이 적셔 있었다. 이삭을 피우려는 듯 끈적끈적하고 딱딱한 점성의 겨울눈은 이미 맥을 놓고 있는 것일까

주무른 양손에 고약한 독성의 악취로 가득 차 있다. 벌써 봄의 소리를 듣는 것일까

겨우내 쌓인 노폐물을 몸 밖으로 퍼내고 는개를 흠뻑 마시고 있는 것이다.

는개 속에 싸 둘린 미루나무의 모습이 거룩하고 위엄한 자태로 다가온다. 재작년 늦가을 폭설로 큰 가지 들이 뚝뚝 잘려나가 이젠 볼품이 없는 자태지만 어머니의 모습처럼 다가온다.

2월 겨울밤의 캘거리 는개는 싸락눈이나 상고대 눈꽃처럼 화려함을 넘어, 한순간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며. 봄의 전령사 노릇을 톡톡히 한다. 봄의 준비를 하라는 모처럼 내리는 자연의 음성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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