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로그인
    • 소셜로그인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로그인연동 서비스로 본 사이트에 정보입력없이로그인하는 서비스 입니다. 소셜로그인 자세히 보기
청야칼럼
Calgary booked.net
-29°C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이전글  다음글  목록

겨울의 길목, 시눅 바람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9-12-05 (목) 12:29 조회 : 15735
글주소 : http://www.cakonet.com/b/column-145
  • 고기원 부동산
  • 이미진
  • Tommy's Pizza
  • 코리아나 여행사
  • WS Media Solutions
  • Sambo Auto

76536265.jpg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겨울의 길목에 서면 마음이 분주해진다.

캘거리 겨울은 시눅 바람을 한껏이고 와서 향기를 품어 내야 제 격이다.

독특한 향취가 온 세상을 진동하면, 나는 비로소 겨울이 시작되는 참 맛과 멋을 느낀다.

어떤 이들은 시눅 바람 불면 두통이 오고 혈압이 높아진다고 불평하는가 하면, 겨울 세찬 바람이 싫다고 투덜 댄다. 이럴 때 나는 물을 한 병을 쭉 들이키는 지혜로 극복하고, 시눅에 온몸을 씻어내는 절호의 기회로 삼는다.

캘거리 겨울이 겨울 다운 것은 시눅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일 년 사철 시눅 바람이 불어도, 겨울 시눅 외엔 강렬한 맛이 없다. 낙엽이 없어 싱겁게 짓궂은 훼방꾼 같다. 이럴 때면 나는 못 본 체, 무심히 지나친다.

시눅의 전령사이라라.

애오라지 하늘의 눈치를 보고 있다.

잿빛 먹구름이 하늘을 절반을 물감 칠 하듯 뿌려 놓으며 영하 8도의 추위가 한나절을 맴돈다. 해거름녘 천상에서 노닐던 새털구름들의 황홀한 연출에 이끌리어 넋을 잃고 하염없이 바라보는 즐거움, 그 순간은 언제나 천국이었는데 오늘은 장막 뒤에 드리운 채 흔적이 없다.

모색暮色이 짙어지며 로키 산마루 지붕이 뚫리기 시작한다. 입 벌린 조개껍데기처럼 아치형 사이로 맑은 하늘이 열리며 세찬 바람이 인다.

겨울의 길목에서 시눅은 낙엽들을 한 곳으로 모이게 하더니 회오리 춤을 추게 한다. 그리고 진군을 시킨다.

나의 가게 뒷마당에서 낙엽 구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느 때는 중공군 인해 전술처럼 쏴~소리 내며 구르는가 하면, 억세게 운이 좋은 날, 낙엽들은 일렬종대로 서서 또르르 구르는 것을 넋 나간 사람처럼 바라본다. 황금 옷 고운 빛으로 치장한 눈부신 모습, 금세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정들었던 잎들이 낙엽 되어 마지막 가는 길, 규수 같은 위엄으로 현란한 춤을 추며 이별을 고한다.

태평양 바닷속의 비릿한 것들이 로키산 침엽수와 놀이패가 되어 요란한 소리를 지르면, 어느새 신의 따스한 입김이 눈더미를 녹이고 있다. 김장 양념 만들 듯 태평양 바다 젓갈 향이 침엽수 잎을 비벼서 빗어내는 이 신비로운 향기, 창조주의 체취다. 한밤중 나는 두 팔을 벌려 가슴을 활짝 편다. 한 해를 보내며 나도 춤을 추며 찌든 피부를 말끔히 씻어낸다.

신의 냄에 매료돼 26년 동안 이곳에 나를 동여매고 있다.

신神은 지구 서너 곳에 수눅 바람 수혜 도시를 창조하고, 해발 1050m의 구릉 위 도시 캘거리를 축복했다. 겨우내 태평양 척척한 비구름 무리들을 로키산맥을 넘기 전에 다 솥아 놓게 하고 열기를 품은 마른 바람만 가볍게 산을 넘게 한다. 자유를 만난 바람은 산을 넘으며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 술에 취한 듯 광란의 추태로 괴롭히기도 한다. 때로는 자연의 광란이 아름다울 때도 있다. 영하 10도의 날씨가 하르 밤 사이에 영상 10도로 변한다. 광풍이 지나가면 제정신이 든 듯 며칠을 따스함과 고요함으로 함께 지내다 슬그머니 사라진다. 사죄하는 듯 발목의 적설 더미를 말끔히 치우고 떠나기를 어디 한두 번이던가.

70년생 포플러 나무 곁에 나란히 서서 몰아치는 센 바람을 맞는다.

아흔이 넘은 가게 단골 노인은 애당초 쇼핑몰과 고등학교 사이에 철망을 설치하고 10년생 포플러 나무 10그루를 담장 따라 심었다고 전해 준다. 그중 네 그루가 사라지고 6그루가 200여 미터 철망을 따라 나란히 자라고 있다.

폐부를 말끔히 씻어낸 맑은 마음으로 아름드리 나무를 껴안으니 우듬지의 정수리가 보인다, 나무 밑을 살핀다. 밑동이 섞어들어간다. 센 바랑이 불면 큰 나무가 금방 쓰러질 것 같다. 불현듯 포플러 나무의 수명이 백 년을 못 간다는 말이 떠올라 주위를 꼼꼼하게 살핀다.

이게 웬일인가.

달빛에 비늘도 없는 구렁이가 철망을 따라 나란히 기어가고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중간 지점에서 머물며 자손 하나를 낳았다. 벌써 키를 넘었는데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새끼줄 꼬듯 사방을 뻗으며 고이고 있다.

햇빛에 못 보던 나무의 위엄을 달빛에 비로소 본 것이다. 푸른 잎에 가려 못 보던 나무의 정신, 참 모습을 본 것이다. 정수리들이 하늘을 향해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있다.

나도 어느새 눈물을 뚝뚝 떨어드리며 겨울의 길목에서 참회의 기도를 시작하고 있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제목 날짜 조회
계묘년 새해 단상 (청야)먼동의 아침놀이 구름 사이로 이글거립니다. 임인년에 이어 계묘년 새해 아침에도 지척의 로키산맥 사우스웨…
01-04 5715
캘거리 가을이 빠르게 깊어간다. 온난화 변덕이 로키산맥을 부추기는가, 여름이 해마다 늑장을 부린다.  공간을 빼앗긴 가을이 제 멋을 잃어…
10-18 7230
2022년 3월 15일 존경하는 Y형! 멀리서 봄의 소리가 연신 들려옵니다. 밖은 아직 영하의 찬바람으로 가득한데 양지바른 구석진 곳의 눈덩이를 발로 …
03-28 6975
캘거리 한인회가 주관한 제103 주년 삼일절 기념식이 2022년 3월 5일(토) 오전 11시 정각, 캘거리 한인회관 대강당에서 개최되었다. 구 동현 한인회…
03-15 6765
3월 1일 아침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벌써 6일째다 지난 주일 인터넷으로 우크라이나 키에프 연합교회의 비대면 생중계 주일 예배를 함께 …
03-03 7047
임인년(壬寅年) 새해 아침  일출의 전후는 쾌청하다는 일기예보에 서둘러 사우스웨스트 남서쪽, 유대인 CHEVRA CADISH CEMETERY 공동묘지 언덕에 서서 …
01-10 6786
상서로운 백옥 자태 음~메 소망의 나래 타고 여명을 휘장 찢던 빛의 그대여, 우울한 뚝심 천상의 소리가 여러 지는데   제야의 …
12-29 7242
캘거리 한인회 정기총회가 2021년 12월 11일 9(토), 예정 시간보다 무려 1시간이나 늦은 12시 정각, 캘거리 한인회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추운 날씨와 눈…
12-28 9375
캘거리는 나의 첫 정착 도시, 고향처럼 푸근한 정이 깃든 곳 갈수록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득하다. 디아스포라는 태생적으로 더 좋은 …
11-29 8124
젊은 시절은 꿈을 먹고 살고 늙어갈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한다.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그리움의 깊은 사유를 찾아서  심연에 이른…
11-10 6702
향유(享有)고달프고 불안한 굴레의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삶의 자유를 누리는 것, 디아스포라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소망이다. 고난과 시련의 진흑…
10-27 10965
Happy Thanksgiving Day!  공휴일 아침 묵상의 시간이 길어진다. 지나간 2년 동안 COVID-19의 두려움과 함께한 날들을 회고하며 각오들을 새롭게 다짐한다.…
10-13 6003
내 서재에는 부모님 생전의 모습을 담은 사진 액자가 하나가 걸려있다.이민을 오기 몇 해 전쯤, 강원도 기도원에서 생활하시는 부모님과 함께  춘…
10-05 9036
낯선 전염병의 두려움에 시달리다 어두움이 짙어지면 늙음의 두려운 시간들이 시작된다. 쇠약의 언어들이 부활하고  늙은 관절의 주책없는 칼질…
09-15 10227
8월 30일자 The New York Times 인터넷신문에는 Thomas Gibbons-Neff 기자의 아프카니스탄 주둔 미군의 마지막  비참한 철군 모습을 장문의 기사가 비…
08-31 9564
가을입니다. 산불 매연 때문에 사방이 퀘퀘하고 을씨년스러워도 가을은 기어이 손끝으로 영글은  대지의 신호를 보내옵니다. 여름내내 사는 것 …
08-18 9276
8월에 들어서도  무더운 날씨의 기승은 좀처럼 사그라들 기미가 없다.전례 없는 폭염과 가뭄이 달포가 넘도록 계속 중이다. 산불이 계속 일더니 …
08-04 7593
지금 지구촌에는 기후변화의 피해 여파가 심각하다. 불과 몇 주일 사이에 발생한 일들이다. 북미 주의 고온 열돔 현상과  유럽의 대홍수 재난 사…
07-20 9066
팬데믹 기간을 지나는 노년의 가파른 삶들이 경건한 추억들을 만든다. 추억은 회상할수록 점점 미화되어 본질을 흐리게 할 수 있다지만, 노년의 …
07-06 8835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앨버타 주민들은 온통 거리로 나와 자유와 환희의 축제를 만끽하며 들떠 있을 것입니다. 점입가경으로 주말에는 각종 종…
06-21 10281
목록
 1  2  3  4  5  6  맨끝
 
캘거리한인회 캘거리한인라이온스클럽 캘거리실업인협회 캘거리여성한인회 Korean Art Club
Copyright ⓒ 2012-2017 CaKoNet. All rights reserved. Email: nick@wsmedia.ca Tel:403-771-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