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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캘거리 노인회 소풍 가는 날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9-08-21 (수) 11:54 조회 : 16410
글주소 : http://www.cakonet.com/b/column-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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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오늘은 남쪽 WATERTON PARK 국립공원으로 소풍을 가는 날. 

어린아이처럼 마냥 가슴이 뛴다. 

내일의 준비를 위한 가게 정리를 끝내고 자정이 넘어 잠을 청했는데도 피곤을 모르니, 어릴 적 소풍의 추억들이 떠올라 마냥 즐거운 아침이기 때문이리라. 

"아기 다람쥐야 양 볼에 도토리 점심을 잔뜩 넣고 너만 소풍을 가느냐 오늘은 나도 소풍을 간다." 

뒷마당에 둥지를 튼 생숭맞은 청설모에게 말을 건넨다.

캘거리노인회 회원으로 등록하고 첫 소풍 나들이 행사다.

노인회장 선우 정찬 박사의 단체 이메일 공지사항 중 '소풍에 관한 안내사항' 문구가 멋있어 호기심으로 신청을 했다. 

해마다 이민 교회에서 가는 '나들이 야외 예배 행사'에 익숙해진 나그네 인생은, 각자 차량으로 모임 장소로 쪼르르 집합하고는 하루를 보내다 지쳐서 돌아오는데, 이미 칠십 노년이 가까워진 아내는 점심 준비하는 것이 힘들어 늘 불참을 하곤 한다.

그러니 얼마 만의 소풍 나들이 인가?

며느리 성화에 못 이겨 인척들과 함께 야외 바비큐 모임에 참석하곤 하지만 긴장이 풀어지며 피곤한 탓인지, 나는 젊은이들이 조잘대는 틈에 끼어들지 못하고 흰 구름을 벗 삼아 들판에 돗자리 깔고 벌거덩 누워 오수를 즐기는 것이 낙이었거늘.

대형 관광버스 2대가 한인회관 앞에서 8시 출발을 기다린다.

사전 준비가 철저한 탓인지 오래전에 전에 참가비 40불을 내고 등록한 탑승자 110여 명들이 명단에 따라 익숙하게 탑승하고 있었다. 나는 2호 차에 아이패드e-book 하나 만 달랑 들고 올랐다. 

앞 자석 머리받이를 걸게 삼아 TV처럼 걸어놓기가 무섭게, 물과 과일 빵 과자 등 왕복 6시간여의 여의 푸짐한 간식거리가 제공되는가 하면 회원들이 별도 준비한 여분의 간식도 추가로 배분 받았다.

이렇듯 소풍이란 출발부터 즐겁고 풍성하고 푸짐하다.

수학여행 떠나 듯 1호 차가 출발하고 30여 분 뒤 2호 차가 출발했다.

왕복 6시간의 장거리 이동 중간에 몇 군데 휴게실에서 화장실 이용할 때마다 한꺼번에 많은 이용자가 몰려들어 불편함을  줄이려는 치밀한 계획들이다.

부산 피난민 시절,어머니는 소풍을 ''원적(遠足) 간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원적 가 는날, 미군 PX 물품 장사를 하는 부모님 덕분에 병사용 C 레이션 한 박스를 멜빵 가방에 넣어 주시며 "친구들에게 뺏기지 말고 원적 조심해서 잘 갔다 오너라" 신신 당부하신다. 

가득히 채워진 무거운 가방을 둘러맨 채로 냅다 뛰어 이웃집 순자 누나의 집으로 달려갔다. 

순자 누나는 5학년이지만 나이는 나보다 너댓 살 더 많았다. 

얼마 전 아버지 갑자기 돌아가시고 어머니마저 몸져 누워 계 신 것이 슬펐다. 

누나에게 절반 쯤 덜어 주었다. 걸어서 부산 감천 만 바다 소나무 밭으로 함께 소풍을 갔다. 

점심 시간이 되자 그 당시 귀한 커피 크림 봉지를 순자 어머니 드리라고 찾아갔는데 누나는 아무것도 가져온 것이 없이 혼자 떨어져 있었다. "벌써 다 먹었나" "아니 어머니 다 드리고 왔다" 

 나는 가방에 들어 있는 것을 몽땅 내려놓고 놓고 배가 부르다고 에둘러 자리를 떴다. 

종일 굶은 배를 견딜 수가 없어 인근의 무 밭으로 갔다. 

인분 냄새가 코를 찌르데 무 하나를 뽑아 들고 이빨로 껍질을 벗겨내곤  물과 무로 배를 채웠다.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서 마을버스에 오르니 덩치 큰 순자 누나는 버스 차장을 하고 있었다. 

내리려는데 갑자기 내 손에 버스 회수권 몇 장을 말없이 몰래 쥐어주었다. 

지금 쯤 순자 누나는 살아있을까. 나처럼 잘 살고 있을까.

이처럼 노년의 소풍은 천진난만했던 시절의 즐거움을 넘어 인생의 원적을 떠나가는 나그네, 종착역을 향하는 여행길인지도 모른다.

그런 추억을 문득 떠올리며 아침을 든든하게 먹었는데도  굶주린 멧돼지 마냥 그 많은 간식거리를 촉촉한 눈매를 애써 감추며, 반나절 먹을 분량의 간식을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무의식중의 일이다.

남쪽으로 내려 갈수록 바람이 세차다.

끝없이 펼쳐지는 넓은 평원에 아침 이슬을 머금은 길게 자란 알파파 목초 풀이, 샛노란 유채 꽃과 어울려져서  눈이 부시도록 현란하다.

들판에 정연하게 늘어선 풍차들이 지휘봉을 든다.

벌판 중간에 듬성듬성 우뚝 서있는 몇 그루의 활엽수들은 솔리스트들이다. 

세찬 바람은 죠지 프레드릭 헨델 작곡가다. 그리고 유채 꽃과 목초 들은 합창 단원 들이다. 

지금 막 메시아 오라토리오 43번 '주님께서 저들을 깨뜨리리라' 테너 영창이끝나고 할렐루야 가 연주된다. 

풀들이 일제히 옆으로 누웠다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물결을 만들고 합창을 한다. 

'할렐루야 전능의 왕이 길이 다스리신다…... 왕의왕. 영원히 할렐루야' 대 평원의 풍차가 사라질 때까지 합창은 계속되었다.. 

들판의 초목들은 왕이신 주님을 칭송하는 한 영원히 노래를 부를 것이다. 

청야(淸野) 빈 들판의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다. 목초가 되고 싶다.

나는 요즈음 연말의 음악 행사 Hendel의 Sing A Long Messiah에 참가하기 위해 혼자서 맹 연습을 하고 있는데, 차에 메시아 전곡 CD 두 장을 집어넣고 반복해서 들으며 테너 파트 연습을 하고 있으니, 벌판의 풍광과 바람 소리들을 들으면 연주장에 서있는 환상에 사로잡힌다.

바람이 더욱 세차게 분다.

모든 생물은 바람을 헤쳐 나가야만 살 수 있다. 

바람이 없는 세상 그건 삭막한 세상, 아름다운 세상은 바람 속에서 잉태한다. 

나의 연약한 노년의 인생도 바람이 약해지기를 기다릴 순 없다. 

맞서 나가다가 넘어지면 다시 노래를 부르며 일어서서 바람 속을 향해 똑바로 걸으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신념이 있다. 

바람은 슬픔도 고통도 연약함도 함께 이고 지나간다. 세찬 바람을 맞을수록 수록 연은 더 높이 뜨는 것, 워터톤 호수 호텔 언덕에 이르기 전, 태풍의 위력과도 같은 바람을 더 맞아 보아야 한다.  

바람은 생명의 약동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길 옆에 큼직한 목장 축사 하나가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다

소가 잘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우리에 가득하다. 

도살장에 끌려가기 전 몇 주간 이곳에 머물며 집중적으로 체중을 늘리는 곳이다. 

나는 노년에 더 살기 위해서 꾸준히 먹는데 소는 더 잘 죽기 위해서 실컷 먹는다.

강한 바람이 워터톤 호수 위에 파도를 일군다. 바람에 나무가 휘어진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마을에 부러진 나뭇가지 하나를 찾을 수 없다. 

바람 속을 뚫고 폭풍우를 이겨내며 휘어질지언정 부러지지 않는 강인한 근성으로 살아남은 자들의 영광 들이다.

Prince Of Wales 호텔 뒤뜰 언덕에 서있다.

많은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경고를 해도 홀로 서 있다. 

헨델의 메시아 음악 환상을 들으며 덩실덩실 춤을 추듯 걸어간다. 

강렬한 호수 바람을 맞으며 바람이 나를 끌어 끌어당기며 넘어뜨리려 해도 언저리까지 위험한 길을 온 근육에 힘을 주며 걷는다. 

그리고 바람에 날아가는 모자를 가까스로 주워서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노년의 인생은, 힘들 정도로 이웃에 대한 봉사와 사회에 헌신하는 노력 없이는 진정한 삶을 즐길 수 없다. 

아슬아슬한 삶들이 세상을 넉넉히 이길 수 있다. 

노년의 인생은 혼자 행복하며 만족해 하는 삶이 아니라 희생하며 사는 것이다.

앨버타 주정부에 등록되어 승인된 2,000여 개의 사회봉사 단체들의 회원들이  

30여 명씩 한 조를 이루어 한두 해 걸러 카지노 봉사를 하면 2년에 한 번 정도 60,000여 불의 수익 배당금을 배분 받는다. 

이 기금으로 오늘 소풍을 즐겼으니 어찌 감사하며 사회에 봉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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