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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그리운 사람들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6-09-03 (토) 10:46 조회 : 17145
글주소 : http://www.cakonet.com/b/column-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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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가을이다.

올 가을은 그리움만 가득 쌓이니 나이 듦 때문인가.

8월 마지막 월요일, 오늘은 왠지 울적해, 한적한 새벽 벌판에 홀로 섰다.

잠자는 추억의 묘지를 일깨워 그리운 분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저 먼 벌판 끝에서 아스라한 모습의 그리운 사람들이 걸어온다. 귀에 익은 듯 생전의 생생한 말씀들이 속삭이듯 들려온다. 세상을 먼저 떠난 혈육의 부모형제들, 다시 보고 싶은 지인들, 그리운 영혼들이 되 살아나 나의 가슴을 적신다.

fall_column1.jpg

‣ 불현 듯 한경직 목사님이 손짓하며 나지막하게 속삭인다. “오늘은 또 무엇을 도와줄꼬”

서울 인근 예비사단의 군종사병으로 예비군 훈련을 담당하는 00연대에 파견근무를 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예비군 교관 장교요원, 조교사병들이 주로 근무하기 때문에 소수 정예요원 장병들이다. 나의 업무는 취사병 등, 나이 많은 사고 전과자 이등병 사병들을 집중 관리 선도하는 임무와 부대 김장담당 업무, 그리고 조교사병 위로회 등 자발적인 업무를 만들며 복무를 했다. 부대전령요원 무임승차증명서로 서울 출장을 자주 나간다. 여성단체, 교회 등을 방문해 주부들을 동원해 김장을 담그고, 전과자 사병들의 가족을 방문하고, 탈영 미귀대자들을 설득해 귀대 시키고, 연예인들을 동원해 예비군조교 위로회를 개최하는 등 주로 부대 밖의 업무가 많았다.

fall_column2.jpg

그 중엔 제법 유명한 ‘전신전화국여성중창단’도 초청했다. 그때 중창단 멤버인 아내를 만났다. 아마 지금껏 내 일생에 그토록 보람과 선한 일을 많이 한 기억이 없다. 거의 필수기간요원처럼 근무했으나 연대 인사과에 소속된 비 파견 요원이라 월남 파병 차출 걱정 때문에 늘 불안해하던 중이었다.

이런 와중에 연대가 안양으로 부대를 이동했다. 나는 서울에 출장을 나가 있어서 몇 일 후 밤늦게 부대에 도착했으나 취침시간이라 뒷산으로 올라가 나무를 잡고 흔들며 밤새 통성으로 기도를 했다. 2군 최초로 연대전군신자화(聯隊全軍信者化)운동을 계획하고 사단 군종 참모에게 보고했으나, 연대 군목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극구 반대했다. 연대장에게 직접 보고를 했다. 책상을 치며 찬성했다. 연대참모회의에 병장 계급을 달고 군목대리 자격으로 가끔 참석해서 진행사항을 함께 점검했다.

내무반 ‘정훈조시간’을 저녁 ‘군종의 시간’으로 변경했다. 중대단위로 군종요원을 임명하고 루터교 신학대학 학생들을 동원해 전 기간사병에 3개월 성경공부 과정을 거쳤다. 성경공부시간에는 매일 푸짐한 간식을 제공했다. 헌병소대. 초급장교들도 예외가 없었고 종교에 관계없이 이수했다. 감리교 경기연회에서 전폭 지원을 했으나 예산이 턱없이 부족했다.

초면의 한경직 목사를 찾아뵈었다. “제가 2군 최초로 연대전군신자화운동을 군목 없이 추진하고 있는데 도와주십시오.” 즉석에서 승낙했다. 진행 보고 차 가끔 방문하면 두말 않으시고 두툼한 봉투를 건네주신다. “오늘은 또 무엇을 도와줄꼬” “군인 교회가 없어 부대 인근의 석수감리교회를 개축해서 같이 쓰고 싶습니다.” 사단 군종참모로부터 연락이 왔다, 공병대의 협조로 익명으로 지원한 자재로 교회 내부가 개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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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동세레식이 열린 날 군종감, 사단장, 군종참모 한경직 목사, 20여명의 세례집례목사 등 기독교계인사, 보성여고 오케스트라, 많은 취재 기자 등이 참석해 연대 연병장 특설 무대 위에서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소 3마리를 잡아 푸짐한 잔치를 베풀고 중대 군종요원들은 포상휴가를 다녀왔고 제데 후 몇 분은 목회자가 되었다. 나는 그때의 많은 신문기사, 사진들을 지금도 한 권의 앨범으로 소중히 보관하고 있다.

‣ 오늘 저녁 이창호집사 영결식에 참석했다. 향년97세로 별세하신 고인의 집례를 위해 한인장로교회 최창선 담임목사께서 휴가 중 급거 귀가 했고 조문객들이 많아, 영정 앞에 한 번에 네댓 명씩 줄을 서 조문을 했다. 이민수 전 한인회장의 부친이신 고 이창호 옹을 나는 생전에 ‘이선생님’이라고 불렀다.

그 시절 나는 허약한 건강 때문에 새벽 골프멤버로 인연이 시작됐다. 김태석•김용미 장로 이창호 선생과 나 4명이 시작하다가 김태석 장로의 병환으로 3명이 팀을 이루었는데 새벽 골프에는 언제나 아침 예약 골프 첫 번째 아니면 상위 순번이었을 정도로 규칙적이고 부지런하셨다. 구순을 앞두시고도 드라이버로 200야드를 날리는 장타를 뽐내셨으니 그 강건한 체력에 모두 혀를 내둘렀다. 4년여를 해마다 70회 이상을 함께 라운딩 했으니 수많은 인연과 일화는 글로 다 표현할 수가 없다. 이 선생님은 침묵으로 사람과 사람, 사람과 하나님, 사람과 자연의 관계 사이에서 늘 신선한 바람이 일도록 스스로를 추스르며 긴긴 고독을 이기신 분이기에. 오늘 아침새벽, 애틋한 그리움이 더한다. 오늘 하나님 곁으로 마지막 가시는 길, 까마득하게 잊혔던 추억들을 잊을 수 없어, 명복을 빌며 두 손을 모은다.

삶이 깊어질수록 뒷모습이 아름다운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가을에 유독 넘쳐나는 것은 비록 나만이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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