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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간호사의 추억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7-07-17 (월) 22:32 조회 : 16635
글주소 : http://www.cakonet.com/b/column-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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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야 김 민식(캘거리 문인 협회)

우리부부가 동시에 수술복을 갈아입고 수술 대기실에서 수술 담당 의사를 기다린 건,

얼마 전 진료실에서 만났던 친절한 아저씨 같은, 그 외과 전문의사여서, 아내의 표정이 무척 밝았다. 수술 전 마취방법과 수술 요령 등을 설명하면, 나는 설명하는 중간 중간. 아내에게 서투른 통역을 해 주었다. 아내가 먼저 수술실로 들어갔다. 얼마를 기다렸을까. 초조함으로 한참을 기다린 것 같은데, 수술을 끝낸 의사가 나를 보며 빙그레 웃는다. 내가 수술 후 눈을 뜬 것은, 아내의 병실 침상 옆이었다. 아내는 마취 후유증인지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우리는 Rocky View Hospital 남쪽 창밖의 전망이 아주 좋은 곳에, 같은 날 같은 의사에게서 수술을 받은 후, 동시에 입원했다. 신혼여행 이후, 20여년만의 모처럼 오붓한 시간이지만, 태산 같은 두려움 때문에 침묵이 오래 지속 되었다. 나는 통증의 걱정보다는, 팔려고 내놓은 가게들의 궁금증 들이 온통 나의 머리를 휘감고 있었다.

“한 이삼년 푹 쉬며 경험한 다음에 비즈니스를 구하시지요!”

이제 겨우 이민 정착 3개월 밖에 안 된 나에게 많은 교회교인들이 조언을 한다. 그 시절에는, 지금보다 더 심한 불경기로 문 닫은 가게들이 널려있었다. 오래된 경영주 가게들의 건실한 매물도 많이 나왔는데, 쓸 만한 가게들은 이십만 불 이상을 호가(呼價)하고 있었다. 생활여유가 별로 없는 나로서는 수술 통증의 고통보다는 생계의 걱정이 더 컷을 것이다. 새 집을 장만할 꿈은커녕, 어떻게 가족을 부양할 수 있을까 노심초사하던 시절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창밖은 어둠이 깔리고 있다. 입원해 있는 동안 우리를 보살펴 줄 야간 담당 간호사가 해맑은 미소로 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주의사항을 세밀하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3박4일 동안 화장실은 따로 준비해 놨으니 개인 명찰이 붙은 전용 화장실만 이용할 것, 안내 직원의 허락 없이는 혼자서 복도를 나다니지 말 것 등등, 이미 초기 이민자의 신상을 파악한 듯,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아내와 나는 이민정착과정에서 치질이 재발한 것이다.

나는 한국에서 간단한 레이저 수술 한 것이 재발하였고, 아내는 스트레스로 재발했다. 비즈니스를 구하면 바빠서 수술하기도 힘들 것이라, 고통스럽지만 절제수술을 같이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병실입원 사흘이 지나자, 수술부위의 통증이 심해지기 시작했지만, 통사정을 하고, 나만 먼저 퇴원했다. 퇴원한 즉시 노트에 깨알같이 오려 붙여둔 가게 매물 광고를 보며 바쁘게 돌아 다녔다.

내일 아침 새벽에 아내 병실로 문병하리라.

밤늦게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와 막 잠자리에 들려고 하는데 담당 간호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내가 매우 신경이 예민하므로 직접 간호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병실에 도착하니 담당 간호사가 문 앞에 서서, 문을 살짝 열어놓은 채로 기다리고 있었다. ‘쉿’ 손가락으로 입술을 가리키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이제 겨우 잠이 들었으니 깨어날 때까지 조용히 기다리라는 것이다. 마치 고위신분의 특별환자 대하듯 친절하다.

아내가 저녁 무렵, 복도 구석의 벽에 걸려있는 공중전화기를 향해 걸어가다가, 묽은 대변을 흘렸다는 것이다. 창피한 마음에, 저녁식사도 거르고 눈물만 굴성이다가 겨우 잠들었으니, 절대로 나무라지 말고 보살피라며, 깨어날 세라 아주 슬그머니 문을 열어 주었다. 아내가 밤중에라도 깨어나면 줄 간식거리와 나의 밤참 까지도 준비해서 가지고 왔다. 그리고 아내의 음식이 식성에 맞지 않은 것 같으니, 특별 식단을 주문하라고 했다. 그의 표정에는 환자의 어떤 실수도 괜찮다는 듯, 초기 이민자의 심정을 충분히 헤아리며 배려하는, 과잉 친절의 표정이 역력했다. 그 이튿날 아침, 간호사는 나의 식사까지 준비해 주었다.

이민 초기 시절, 이처럼 착한 간호사를 만난다는 것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마음의 불안이 제거되며, 이미 절반의 치료가 성공한 셈이다. 지금도 캐나다에서 앨버타 주는 의료보험 비용을 전혀 내지 않는 주로 유명하지만, 모든 의료비용이 일절 국가 부담인 것도 신기했다.

부부 동시 수술 사례가 매우 관심거리였을 것이다. 퇴원하는 날, 몇몇 간호사들이 엘리베이터 문 앞까지 다가와서 따뜻하게 배웅해 주었다. 퇴원하는 아내의 통증 호소를 연신 들으며 엊그제 보아두었던 매물 가게를 보러 바로 차를 몰았다. 지금 생각하니 가슴이 저려오는 회상이지만, 꽃잎 향기처럼 상그러웠던 시절이기도 하다.

그로부터 사반세기가 흐른 지금까지도, 늘 미소를 머금고 친절히 간호하던 나이팅게일 같은, 그 착한 천사 간호사를 잊을 수 없다. 임상실습을 나가기 전, 간호학도들이 손에 촛불을 든 채 선서하던 그 내용을 내내 간직한 채, 환자를 돌보았으리라.

한글 번역보다 더 영어 원문아 더 감동적이다.


The Nightingale Pledge: Nursing Ethics Oath

“I solemnly pledge myself before God and presence of this assembly;

To pass my life in purity and to practice my profession faithfully.

I will abstain from whatever is deleterious and mischievous and will not take or knowingly administer any harmful drug.

I will do all in my power to maintain and elevate the standard of my profession and will hold in confidence all personal matters committed to my keeping and family affairs coming to my knowledge in the practice of my calling.

With loyalty will I endeavor to aid the physician in his work, and devote myself to the welfare of those committed to my c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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