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로그인
    • 소셜로그인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로그인연동 서비스로 본 사이트에 정보입력없이로그인하는 서비스 입니다. 소셜로그인 자세히 보기
청야칼럼
Calgary booked.net
-29°C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이전글  다음글  목록

캘거리 겨울 ‘는개’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016-03-12 (토) 05:19 조회 : 14406
글주소 : http://www.cakonet.com/b/column-20
  • 고기원 부동산
  • 이미진
  • Tommy's Pizza
  • 코리아나 여행사
  • WS Media Solutions
  • Sambo Auto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로키 산마루 저녁놀 보다는 새벽미명이, 칠흑의 밤이 새벽여명보다 더 아름다워,

가슴이 뜨거워 질 때가 있다.

밤은―

창공의 별들, 달무늬 이고 가는 달무리 여린 달빛에 마음이 풍성해지고

로키 산맥을 넘느라 한참을 슬피 울어, 텅 빈 구름바다가 마지막 마른눈물로, 사라지는 석별의 정을 나누는 시간이다. 사랑으로 가슴을 데우면, 어둠 속에서 고독이 제 모습으로 찾아오는 순간이다. 고독은 소멸 깊이 있어도 새로운 생명으로 여명을 만든다.

하루에 또 뿌듯한 밑줄을 긋는 시간이다.

오늘따라 긴긴 겨울 밤, 밤이 유난히 적막하고 메마르다.

저녁 시눅바람이 한차례 휘몰아치더니 마른 목덜미를 촉촉이 녹이며 검붉게 언 심장을,

다독이는 가냘픈 소리가 있어 가게 뒷문을 활짝 열었다.

짙은 안개 같기도 한 뿌연 무리가 밤바람을 타고 밀려들어온다.

제 무게에 눌려 춤추지 못한 외로움을 달래려는가.

나의 얼굴에 스멀스멀 파묻곤 촉촉한 키스로 짜릿한 애무를 한다.

‘는개’

캘거리 2월 하순인데 는개가 내리고 있었다.

같은 물방울이지만 안개는 끼어 있고 는개는 내린다고 한다.

끼 있는 안개는 밤새 현란한 춤으로 덧없는 소멸을 하지만,

는개는 대지를 촉촉이 조심스레 적시며 깨운다..

예지의 신비한 비밀과 정을 가득 담은 따뜻한 이름이다.

보슬비, 가랑비, 이슬비처럼 ‘비’ 자 돌림이 아니다. 안개보다는 조금 무겁고 굵어서

비답지 않은 여린 비, ‘축 늘어진 안개’를 연상하며 옛 선조들은 ‘는개’라고 불렀다.

는개의 간지러운 애무에 파묻혀 가게 뒤뜰 70년생 미루나무가 오랜만에 기분 좋게 웃고 있다.

양버들과 잡종인 이태리포플러와 흡사하지만 겨울눈에 털이 없고 열매이삭과 수꽃이삭의 길이, 50여개의 수술, 서너개 남짓의 암술머리로 미루어 나는 ‘미루나무’라고 부른다.

가게를 인수하고 20여년이 훌쩍 지나는 동안 무서운 생장과 풍우의 고통, 아픔 속에서도 꿋꿋이 명을 이어오는 생명력이 나의 신세와 흡사해 우리 둘 사이는 각별한 정분으로 서로를 위로하곤 한다.

미루나무 우듬지가 가로등 아래에서 반갑게 맞이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우듬지의 길이는 어느새 가로등의 2배 정도의 길이로 생장했다.

미루나무의 겨울눈은 이미 는개에 촉촉이 적셔 있었다. 이삭을 피우려는 듯 끈적끈적하고 딱딱한 점성의 겨울눈은 이미 맥을 놓고 있는 것일까

주무른 양손에 고약한 독성의 악취로 가득 차 있다. 벌써 봄의 소리를 듣는 것일까

겨우내 쌓인 노폐물을 몸 밖으로 퍼내고 는개를 흠뻑 마시고 있는 것이다.

는개 속에 싸 둘린 미루나무의 모습이 거룩하고 위엄한 자태로 다가온다. 재작년 늦가을 폭설로 큰 가지 들이 뚝뚝 잘려나가 이젠 볼품이 없는 자태지만 어머니의 모습처럼 다가온다.

2월 겨울밤의 캘거리 는개는 싸락눈이나 상고대 눈꽃처럼 화려함을 넘어, 한순간 대지를 촉촉하게 적시며. 봄의 전령사 노릇을 톡톡히 한다. 봄의 준비를 하라는 모처럼 내리는 자연의 음성이리라.                     


이전글  다음글  목록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제목 날짜 조회
―제5회 캘거리 문학의 밤―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인협회)   〈제5회 캘거리 문학의 밤〉행사가 지난 9월 19일(토) 오후 6시, …
09-26 18114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송구(送舊) 12월의 마지막 주간(週間)은 늘 아쉬워. 애틋한 회상으로 이민시름을 달래곤 하는데, 그러한 망중한…
12-30 18030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로키산맥 산등성이는 하얀 소복의 여인들이 아직도 너울너울 강강술래를 하고 …
05-31 17871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보름달이 아직도 중천에서 발그스레한 얼굴로 가로등 불빛과 어울리며 한적함을 달래는 상쾌한 밤이다. 다리를 건너…
06-28 17619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32주년 윤합기도 토너먼트 (YOON'S 32th ANNUAL HAP KI-DO TOURNAMENT) 노년의 고난 고통 들이, 생각지도 않은 이런저런 걱정들…
11-17 17556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캐나다 선거법에 의하면 캐나다 연방 총 선거는 적어도 4년에 한 차례씩 치르도록 정해져 있다.  법 규정에 따…
09-10 17370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가을이다. 올 가을은 그리움만 가득 쌓이니 나이 듦 때문인가. 8월 마지막 월요일, 오늘은 왠지 울적해, 한적한 새…
09-03 17316
―The 10th Albertan K-Pop Festival―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캘거리한인여성회가 주최하고, 주간한국•코윈캘거리가 후원하는 〈제10회 알버…
06-20 17004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 캘거리 한인회 운영기금 마련을 위한 음식 바자회가 지난 4월 7일(토) 한인회관 강당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04-13 16893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오늘은 12월 마지막 주일 아침, 인생의 산등성마루에 서 있습니다. 앞으로 한 발짝만 더 내디디면 하산 길로 접어…
12-29 16887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오늘은 남쪽 WATERTON PARK 국립공원으로 소풍을 가는 날.  어린아이처럼 마냥 가슴이 뛴…
08-21 16803
청야 김 민식(캘거리 문인 협회) 우리부부가 동시에 수술복을 갈아입고 수술 대기실에서 수술 담당 의사를 기다린 건, 얼마 전 진료실에서 만났던 …
07-17 16731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노년의 가을느낌은 해를 더할수록 예민해 간다. 고독의 인생무상을 읊으면서 자기의 처지를 슬퍼하는 분들이 있…
10-31 16503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누이여, 12월 초하루 화창한 날씨입니다. 커피 점 창가, 모처럼 혼자만의 망중유한입니다. 진한 커피향이 입가에…
12-02 16476
청야 김민식(캘거리문인협회) 제1회 한인 아트클럽 문화제 캐나다 전 지역이 새해벽두부터 축제의 열기로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캐나다건국150주…
01-14 16443
지난 6월 23일(토) 오전 11시 한인회관에서 〈캘거리 한인 라이온스 클럽〉(회장 황 용만) 주관으로, 열린 '캘거리 지역 6.25 참전 …
07-01 16308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만세! 만세! 만세! 올 겨울 내내 아침 새벽에 삼창을 한다. 선잠 자는 아내가 깰세라, 화장실 문을 꼭 닫고 포…
03-06 16302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겨울의 길목에 서면 마음이 분주해진다. 캘거리 겨울은 시눅 바람을 한껏이고 와서 향기를 품어 내야 제 격이다. 독특…
12-05 16218
― 캘거리한인합창단 ―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올해는 제2차 세계대전과 태평양전쟁이 끝난 지 70년이 되는 해다. 1939년 9월1…
08-26 16176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인 협회)심한 구토와 복통으로 로키 뷰 병원에 입원했다.생전에 그렇게 심한 복부 통증은 처음 경험을 한 것이라, 전날 밤 생…
09-02 16155
목록
처음  1  2  3  4  5  6  맨끝
 
캘거리한인회 캘거리한인라이온스클럽 캘거리실업인협회 캘거리여성한인회 Korean Art Club
Copyright ⓒ 2012-2017 CaKoNet. All rights reserved. Email: nick@wsmedia.ca Tel:403-771-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