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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억의 승화-오뎅국의 추억

글쓴이 : 운영자 날짜 : 2021-11-10 (수) 15:43 조회 : 7143
글주소 : http://www.cakonet.com/b/column-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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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절은 꿈을 먹고 살고 늙어갈수록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한다.
추억을 회상하는 시간이 늘어간다. 그리움의 깊은 사유를 찾아서  심연에 이른다. 거기에서 나는 맑은 옹달샘을 만날 때가 있다. 
졸졸 흐르는 여린음 속에서 어린 시절에 불렀던 희망과 꿈의 이야기를  듣는다.

기억과 추억이 뒤석여 존재한다. 
세월이 흐를수록 기억이란 머리 속에서만 남아 당황할 때가 있다.
저녁 늦은 밤 하루의 일과를 복기하면서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었는지, 한 참을 지나서야 떠오르며 당황해한다. 기억은 금새 지워진다.

추억은 빙하 속의 존재물질처럼 고이 보관되었다가 가슴이 데워질때 녹아지면서 살며시 흔적을 들어낸다. 추억의 아름다움은 아무리 지워 볼려고 노력해도 또렸하게 살아나곤한다.

추억은 기억의 큰 숲속에서 찾아내는 꽃 한송이, 바라보는 잔잔한 기쁨이 있다. 짐 앞의 FishCreek Park 나무 숲아래 가녀린 했빛을 받으면서도 도도하게 피어나는 할미꽃이 있다. 그 할마꽃은 고독을 이겨내며 아름다운 자태로 해마다 다시 피며 회귀한다. 아름다운 추억을 더듬으며 할미꽃을 쓰다듬으면 마치 어머니를 회싱할 때가 있다.

독일의 미학자 빌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과거의 추억을 현재로 끌어올려 융합해서 미래의 시금석으로 발전시킨다.

회억(回憶)의 개념이다. 
과거 현재 미래를 동일 선상에서 하나의 시간대로 정리하고 상승시키는 회상의 승화 개념이리라. 
회억은 감상에 젖어서 미화된 추억의 개념이 아니라 할미꽃저럼 해마다 피어나며 번성하는 현존재를 상승시키는 힘이있다.

1.4 후퇴 때 원산에서 우리 가족은 미군 군함을 타고 무작정 피난길에 올랐다. 부산에서 어린 시절을 어떻게 지넀는지 기억이 별로 없지만 추억으로 남아 그리움으로 녹아있는 것 들이 있다.

오뎅 국물의 추억이다.
국민학교 갓 입학할 무렵, 아버지를 따라 국제시장 양키물품을 파는 가게로 갔다. 어머니는 책상 크기의 비교적 큰 노점상을 가지고 계셨다. 미군PX 품목, 일본 화장품 등을 몇 개 진열하고는 손님이 찾으면 어디론가 가셔서 물건을 가져온다. 소매, 도매를 가리지 않고 밀수품 장사를 했다. 그렇게 신앙이 좋으신 어머니가 생업을 위해 동분서주하시는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미군 헌병 단속반이 들이 닥치면 연막탄 연기속에 보자기를 싸들고 째빨리 종적을 감추셨다. 검문 검색 하는데 반나절이 걸릴 때도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치열한 삶의 모습이다.

단속이 심해지자 아버지는 나에게 멜방이 달린 새 책가방 하나를 사 주셨다. 그 속에 밀수품을 잔득 넣어 주시고는 나를 따라오라고 하셨다. 부평동, 부민동, 보수동을 한바퀴 도는 거래처 배달업무이다. 소매점, 가정을 돌며 주문한 것을 공급하는 훈련을 시키셨다. 오전 일찍 출발하면 점심이 지나서야 돌아오곤 했다. 서너시간은 족히 걸리는 먼 거리였다.

몇 번을 경험하고는 지리를 외었다. 쌀가게를 지나서 언덕을 넘어서면 양장점에 물건을 건네주고, 학교를지나 골목길로 들어서면 양키 아줌마집, 줄줄 외었다. 아버지는 먼 발치에서 따라 오셨다.
몇 번의 훈련끝에 드디어 혼자 배달하게 되었다.

언젠가는 배달하는 짐이 많아 옆가게 젊은 아쩌씨와 함께 가는데 갑자기 연막탄이 터지고 미군 헌병들의 검문 검색이 시작되었다. 휴대한 밀수품이 나오면 마구잡이 트럭에 태웠다. 그 아저씨는 짐을 재빨리 나한테 건네고 뛰다가 붙잡혀갔다. 그러나 나는 검색하지 않았다. 유유히 미군 헌병옆을 지니갔다. 그 무거운 물건을 짊어지고 한손으로 들고 배달하는데 저녁 늦게야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디서 그런 힘과 용기가  솟구쳤는지 잊을 수 없는 추억의 순간들이었다.

배달이 끝나면 아버지는 노점가게에 옆에있는 오뎅(어묵)노점으로 데리고 간다. 길다란 간이 의자에 앉으면 아버지는 “고생했다. 오뎅 실컷 먹어라” 늘 같은 말씀을 하시고는 일찍 자리를 뜨셨다. 우선 오뎅국물을 한사발 들이킨다. 구수하고 짧쪼름한 맛, 내 어찌 잊을수 있겠는가.

그 시절 오뎅은 지금의 고급 어묵과는 품질이 많이 다르다.
인근에 노천 오뎅공장이 있어서 호기심으로 본 기억이 생생하다.
상자에 가득채운 잡어(雜魚)들을 그대로 통채로 갈아서 기름에 튀긴다. 비린내가 심하다.

작은 가마솥같은 냄비에 무우를 큼직하게 썰어넣고 오뎅과 함께 연탄불 위에서 하루종일 끓인다. 손님이 많아 연신 새 어묵을 한쪽 구석으로 집어넣는다. 나는 퉁퉁 불어터진 오래 끓인 어묵을 좋아했다. 
미쳐 갈아내지 못한 뼈들이 씹히는 식감과 지독히 비릿한 맛의 오뎅을  간장에 찍어서 먹는 맛, 지금의 고급 어묵처럼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맛이 아니다. 마치 주먹처럼 부풀어 푸석푸석 씹히는 맛, 집에서 아무리 오래 끓여도 부풀기는 커녕 정갈스런 생선맛의 어묵일 뿐, 오뎅 맛은 흉내낼 수 없다.

자아의 발로이리라.
나는 지금도 종종 피자 배달하기를 좋아한다. 그러기를 27년의 세월이 흘렀다.차안에 장착된 구글지도에 따라 도착하면 전화 스피커로 도착 신호를 보낸다. 포터블 와이파이 기계로 결제하고 가게로 돌아와 배달직원에게 배달료와 팁을 고스란히 건넨다. 어린시절의 추억을 즐기는 것이다. 지금껏 살아 바삐움직이는 것 만으로도 감사가 넘친다.

지난 주 11월 2일 미국 뉴져지주 틴튼폴스시에서 현 시장인 97세의 비토페릴로 후보가 재선에 성공했다. 눈 한 번 껌뻑 거렸을 뿐인데 120세 시대가 오고있다. 나도 죽는 날까지 바쁘게 일하면서 타자를 사랑하며 살고 싶다.

가난과 그리움으로 점철진 어린 시절의 추억이 회억으로 승화하는 내면의 힘은 팬데믹 시대를 넉넉하게 이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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