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 로그인
    • 소셜로그인 네이버, 카카오톡,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로그인연동 서비스로 본 사이트에 정보입력없이로그인하는 서비스 입니다. 소셜로그인 자세히 보기
청야칼럼
Calgary booked.net
-29°C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이전글  다음글  목록

볼레로, 반복의 의미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7-05-31 (수) 15:43 조회 : 17763
글주소 : http://www.cakonet.com/b/column-102
  • 고기원 부동산
  • 이미진
  • Tommy's Pizza
  • 코리아나 여행사
  • WS Media Solutions
  • Sambo Auto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로키산맥 산등성이는 하얀 소복의 여인들이 아직도 너울너울 강강술래를 하고 있는데, 오월의 봄비는 대지를 적실 때마다 연두색의 나래가 펄럭인다.

이렇게 상긋한 날에는 자작나무 숲 사이를 무작정 걷는다. 오솔길도 없는 태고의 숲이 좋아 숨을 죽이고 귀만 쫑긋 거리면, 미처 젖지 못한 낙엽들이 발끝을 졸졸 따라다니며 찰팍거리는 소리가 선율을 탄다. 수목사이로 졸졸 흐르는낙수가 리듬을 만들고, 어느새 로빈 새 수컷의 짝짓기 처량한 노래가 사방을 쩌렁거린다. 이미 짝을 이뤄 주고받는 또 다른 로빈 새의 사랑 노래 소리는 천상의 소리인데, 덩달아 까치 까마귀도 설쳐대며 냅다 소리를 지른다.

운이 좋은 날에는 어미 코요테의 우짖는(howling) 쉰 소리에 흩어진 식구들이 낭랑한 화답의 화음을, 봄바람이 실어 나르면 절정에 이른다. 청아한 소리들이 서로 주고받으면서 고요하던 숲속이 점점 요란해 지면, 나는 어느새 영상하나를 떠올린다. 볼레로(라벨) 연주회의 청중이 된다. 자작나무 숲을 스치며 지나는 자연의 소리, 가락들이 춤추는 여인을 부른다. 사방에 널려 쓰러진 고목에 다소곳이 앉은 채 눈을 감고 감상을 한다.

웬만한 교향악단이면 한번쯤은 연주한 경험들이 있어 낯설지 않은데, 크리스토프 에센바흐가 지휘하는 파리관현악단의 연주를 즐겨 감상한다. 현악기의 현을 퉁기는 소리가 피치카토를 타고 들릴 듯 말 듯 작은 북과 함께 아주 여리게(피아니시모) 서두를 시작한다. 단조로운 하나의 리듬이 169번 반복되고 중요 멜로디 2개만이 전 곡을 이끄는 데도 다음을 기다리는 초조함으로 지루하지 않다.

독주이외에는 동일한 선율(unison)의 다장조 전음계적인 기법에 작은북(snare drum)이 처음부터 끝까지 쉬지 않고 한 치의 흐트러짐이 없이 같은 리듬을 반복 연주하는 매력에 깊이 빠져든다. 25개의 악기를 주고받으며 그 사이로볼레로 리듬이 두 마디 씩 끼어 들어 흥을 더하면 마음은 이미 술집의 원탁 테이블 위에서 홀로 볼레로 춤을 추는 무용수를 떠올리며 카타르시스는 절정에 이른다.

내가 에센바흐를 좋아하는 것은 그의 인생 여정에서 녹아나는 볼레로의 지휘 모습이다. 1940년 태어나자 바로 어머니를 여의고 4살 때 부친마저 별세하는 천애고아로 성장하는 인생, 그 고통을 딛고 피아니스트, 지휘자로 변신하며파리, 휴스톤, 빈 등 세계유수의 지휘자, 음악감독을 거치면서 쌓은 내면의 성숙함을 사랑한다.

15분여의 전 곡이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하나의 크레셴도로 이어지면서 연주할 동안 두 손은 미동도 않고 눈짓, 턱짓으로 지휘를 하다가, 전체 340마디 중 마지막 30여초를 남기고 절정에 이르는 순간 지휘봉을 뻔쩍 들고 마지막 연주를 맺는 장면이 더욱 인상적이다.

피곤할 때나 우울할 때 눈을 감고 들으면 머리가 맑아진다. 매일하는 아침운동 시간에 동영상 설정 속도를 1.25배로 다소 빠르게 맟추고 율동체조를 하면 묘한 습관성이 있어 반복을 하게된다.

훌륭한 문학작품이나 그림, 음악 감상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그 속의 은유적인 요소들을 찾아 발견하는 즐거움이 있기 때문이다, 감상하는 동안 나름대로 해석하는 자유가 있어 흥미를 더한다.

노년의 인생 ― 이민인생을 수많은 삶의 부침(浮沈)을 견디며 오늘도 이 길을 운명처럼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나의 가슴속에는 인생의 작은 북 하나가 나를 흔들리지 않게, 삶의 일탈이 없도록 열심히 두드려 주는 이가 있는 것을깨닫는다. 순간마다 사유와 창조의 악기들을 하나 둘씩 붙여서 연주하게하고, 지친 몸으로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오면 두 손을 번쩍 들며 마감을 하는 위대한 나의 어머니와 예수가 있어 오늘 하루도 행복하다.

이밤에 하루, 일주일 일년, 남은여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볼레로처럼 크레센도(cresendo)로 살기를 기도한다.


이전글  다음글  목록

총 게시물 106건, 최근 0 건 안내
제목 날짜 조회
-복잡한 자아, 소수의 희생정신이 살아있는 이민사회-  ‘제 11회 캘거리 한인의 날’ 행사와 ‘알버타―강원도결연 40주년 기념…
08-14 30372
― 자유를 꿈꾸다―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지난 4월 23일(토) 오후8시, ‘Ode to Joy; Beethoven's Ninth Symphony’ (Jack Singer Concert Hall)…
04-30 24867
Yoon's Martial arts School(www.hapkidoyoon.com/)이 매년 주최하는 합기도 무술대회 〈The 30th Annual Hapkido Tournament〉가 지난 11월 15일(토)오전 10시 캘…
11-19 24735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나는 동물 중에서 야생의 새들을 좋아한다. 학창 시절에는 뻐꾸기를 좋아해서 앞산 밤나무 골에서 뻐꾹 뻐꾹 울음을 울면…
05-31 24063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 캘거리한인합창단― 〈캘거리한인합창단〉단원 29명이 창단 6년여 만에 한국국립합창단이 주최…
08-06 23742
청야 김민식(캘거리문협) 지난 주 8월 10일(토) 오전 9시부터 시작된 한인의 날(Korean Day Festival) 행사는 캘거리 한인 교민들에게 깊은 …
08-19 23346
11월 9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Yoon’s Martial Arts School (윤병옥 관장) 주최한 연례행사 〈제29회 합기도 챔피온 쉽 토너먼…
11-13 22932
-캘거리 아트클럽- 청야 김민식 (캘러리 문협) 1991년, 이민을 결심하고 미국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 토론토 등, 몇 개 도시를 혼자서…
07-17 22704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지난 주일 오후(23일), 운정(雲情) 박영미님이 오랜 병고(病苦)끝에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을 뒤늦게 들었습니다.…
11-02 22437
―The 10th Albertan K-Pop Festival―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캘거리한인여성회가 주최하고, 주간한국•코윈캘거리가 후원하는 〈제10회 …
06-30 22401
With Hon. Alison Redford and Hon. Teresa Woo-Paw Calgary-Northern Hills PC Association 주최로 대표적 지한파 의원 중의 한분인 Teresa Woo-Paw주정부국회…
02-13 21633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나는 노년기(老年期)의 문턱으로 다가갈수록 진실한 반려, 동반자를 구하는 것은, 강건했던 신체가 어느 날 불현 …
11-23 21363
―열정과 창조, 시니어 합창단의 감동―   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지난 주 4월 30일(토) 오후 2:00시, 캘거리 한인회관…
05-06 21357
청야 김 민식(캘거리 문협) 유년 시절의 부활 주일 새벽예배에 참석했던 아스라한 기억들이 있다. 1950년 6.25전쟁이 발발하고 두서너 해가 지난,&n…
04-20 19968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캘거리한인공연예술협회(Calgary Korean Performing Art Society - CKPAS)' 산하단체인 〈캘거리무궁화합창단〉이 창단 10…
04-09 19755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2016년 10월 13일, 나는 노벨문학상 수상 결과를 차분히 기다리며 고은 최근시집 『초혼』과 캐나다 최초의 …
02-06 19230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이 선생님! 지난 8월 29일 오후 7시 Eden Brook Memorial Gardens에서 열린 ‘고 이창호 집사 장례 예배’에 참석…
09-04 18576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가을이 점점 진하게 물들어 간다. 험난한 이민생활 스물세해가 어느새 훌쩍 지나가는데, 겨울을 넘기면 일흔 고개를…
10-28 18324
Calgary The 31th Annual Hapkido Tournament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협) 장애자 휠체어에 개량한복을 입은 70대 중반을 훌쩍 넘긴, 머릿결이 희끗희끗한 …
11-12 18300
―제5회 캘거리 문학의 밤― 청야 김민식(캘거리 문인협회)   〈제5회 캘거리 문학의 밤〉행사가 지난 9월 19일(토) 오후 6시, …
09-26 18066
목록
 1  2  3  4  5  6  맨끝
 
캘거리한인회 캘거리한인라이온스클럽 캘거리실업인협회 캘거리여성한인회 Korean Art Club
Copyright ⓒ 2012-2017 CaKoNet. All rights reserved. Email: nick@wsmedia.ca Tel:403-771-11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