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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무릎을 꿇기 전에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7-03-27 (월) 21:51 조회 : 15087
글주소 : http://www.cakonet.com/b/column-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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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한 순간의 장면이 나의 생각을 바꾸어 놓고 있다.

어느 사이에 행동으로 옮겨지며 자신을 정리하고 버리는 것에 점점 익숙해져간다.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될 것이다.

홀로된 여자할머니 집에 피자 배달을 하고 난 후부터는 행동의 속도가 빨라진다. 

그렇게 애지중지 소장한 책들의 5단 서가 2개를 이미 비웠으나 계속 버리는 중이다. 

오래된 옷이나 전자제품 등 닥치는 대로 중고품가게에 기증한다.

20여 년 단골 할머니가 밤늦게 배달을 요청했다.

생전 노 부부간의 금실도 매우 좋아, 부인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여든 중반이 넘은 매우 건장한 남편의 병간호가 지극정성이었다. 눈보라치는 늦은 밤, 자그마한 담요에 피자를 돌돌 말고는, 큼직한 가방에 넣으며 아내가 갑자기 피자를 먹고 싶어 한다며 입원한 병원으로 급히 차를 몰고 갔다. 그리고 얼마 후, 퇴원한 부인이 건강한 모습으로 식당에 들러 피자를 들고 가면서 눈물을 글썽인다. 계산대 위로 카드를 한 장 놓고 간 것을 뒤늦게 발견한 것은 남편의 장례식 카드였다. 생전의 삶의 아름다운 흔적 들이 빼곡하게 인쇄되어 적혀 있었다. 교회봉사, 성가대원, 사회합창단원으로, 오랜 지역사회 봉사 기록은 물론 만능 체육인이었는데 달포 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것이다.

집 앞에 도착하니 문 앞에 메모지가 붙어 있었다.

“혹시 잠들지도 모르니 냉장고에 넣어두고 식탁 위의 돈을 가져가세요.” 마침 소파에서 TV를 보고 있는 중이었다. 거동이 불편한 것 같아 냉장고에 넣어 두고는 할말을 잃어 돌아서려고 하는데 생전의 남편 방을 구경시켜준다. 벽 사방이 책으로 둘러싸여있다. 고가의 신제품 고급 오디오 시스템에 레코드판이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다. 세상을 떠난 지 일 년이 되도록 고스란히 보관되어 있는 것이다. 미국에 출가한 자녀 두 명이 있는데 그들의 분주한 생활 때문에 할머니가 아프다는 형편을 이야기 하지 못한다고 했다. 벽에 붙여둔 사진으로 미루어 대학원을 졸업한 공무원출신으로 전형적으로 인자하고 지성적인 할머니인데. 띄엄띄엄 진한 먼지들의 흔적들이 있어 청소한지도 오래 된 것 같다.

나는 젊어서 고생을 많이 한 탓인지 가진 것을 지키려는 헛된 욕심이 많다.

지금이야 보고 싶은 책들을 e-book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이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지만, 드물게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반나절은 서점에서 보내며 구매한 것들, 몇 페이지 읽어 보지도 못한 책들, 몇 번 사용해 보지도 못한 물건들을 선 듯 버려야 하는

고충은- 생각이 바뀌니 지금은 자질구레한 것들로 보이지만- 웬만한 용기가 없이는 행동으로 옮기기가 쉽지 않다.

얼마 전에 유엔 산하 기구의 한 보고서가 세대 별 연령의 정의를 새롭게 정리했다.

80세 이후를 노년, 66~79세를 중년으로 구분했다. 요사이 유행어로 〈신 중년〉이다. 노년에 접어들려면 아직 한 세상을 더 살아야 하고 내가 죽기 전에 다 버리고 모든 것을 스스로 정리해야만 한다. 그리고 인생의 시간 앞에 조용히 무릎을 꿇어야 한다.

인생의 고희가 되도록 삶의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은,

아직도 바뿐 생업이 차분하게 인생의 가치관 설정을 할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이제야 삶의 시간들을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은 노부부의 처지들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삶의 많은 부분을 정리하고 버린다는 것은 단출해 지는 것, 

단순화하는 일상의 반복된 삶이 때로는 아름답게 보이자만, 시간 앞에 서면 불안이 겹치는 순간에서 당황한다. 

이제 그런 순간 나는 당황하지 않고 차분해 지려고 한다. 역경을 이기고 자나온 기억을 회상하며 담대한 운명의 힘 들을 사랑할 것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인공 마르셀이 어느 겨울 어머니가 건네준 마들렌 한 조각을 차에 적셔 먹다가, 

차잔 속에 녹아든 마들렌 부스러기가 입천장에 닫는 순간 미쳐 느껴보지 못했던 회상, 

주방서재에서 회상을 통해 반복되는 무의지적인 위대한 기억들을 사랑한다.

이민자 누구나 노년에 한번쯤은, 험난한 이민생활 속에서 찾아 오는 무의지적인 강인하고 아름다운 회상들이 있다. 

19세기 덴마크 철학자 쇠렌 키르케고르는 이러한 상기(想起)와 대망(待望) 들이 우리 마음 안에 있다고 했다. 

봄이 오면 과거 현제 미래가 어울려 노니는 마음의 꽃밭에서 초록잎을 피우며 

“내 마음아 결국 네 안에서 내가 시간을 재는 구나” 아우구스티누스처럼 고백을 하고 싶다.

크로노스(연대기적 시간)의 시간 속에서도 서두름 없이 차분하게 하나님의 카이로스 시간을 꿈꾼다.

오늘도 운동화 끈을 조이고 현관문을 힘차게 넘는다. 잔잔한 기적 같다. 

반복의 일상이지만 사유의 상승이 나에게는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라 순간순간을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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