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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길목, 시눅 바람

글쓴이 : Reporter 날짜 : 2019-12-05 (목) 12:29 조회 : 16296
글주소 : http://www.cakonet.com/b/column-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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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야 김민식 (캘거리 문협)

겨울의 길목에 서면 마음이 분주해진다.

캘거리 겨울은 시눅 바람을 한껏이고 와서 향기를 품어 내야 제 격이다.

독특한 향취가 온 세상을 진동하면, 나는 비로소 겨울이 시작되는 참 맛과 멋을 느낀다.

어떤 이들은 시눅 바람 불면 두통이 오고 혈압이 높아진다고 불평하는가 하면, 겨울 세찬 바람이 싫다고 투덜 댄다. 이럴 때 나는 물을 한 병을 쭉 들이키는 지혜로 극복하고, 시눅에 온몸을 씻어내는 절호의 기회로 삼는다.

캘거리 겨울이 겨울 다운 것은 시눅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일 년 사철 시눅 바람이 불어도, 겨울 시눅 외엔 강렬한 맛이 없다. 낙엽이 없어 싱겁게 짓궂은 훼방꾼 같다. 이럴 때면 나는 못 본 체, 무심히 지나친다.

시눅의 전령사이라라.

애오라지 하늘의 눈치를 보고 있다.

잿빛 먹구름이 하늘을 절반을 물감 칠 하듯 뿌려 놓으며 영하 8도의 추위가 한나절을 맴돈다. 해거름녘 천상에서 노닐던 새털구름들의 황홀한 연출에 이끌리어 넋을 잃고 하염없이 바라보는 즐거움, 그 순간은 언제나 천국이었는데 오늘은 장막 뒤에 드리운 채 흔적이 없다.

모색暮色이 짙어지며 로키 산마루 지붕이 뚫리기 시작한다. 입 벌린 조개껍데기처럼 아치형 사이로 맑은 하늘이 열리며 세찬 바람이 인다.

겨울의 길목에서 시눅은 낙엽들을 한 곳으로 모이게 하더니 회오리 춤을 추게 한다. 그리고 진군을 시킨다.

나의 가게 뒷마당에서 낙엽 구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느 때는 중공군 인해 전술처럼 쏴~소리 내며 구르는가 하면, 억세게 운이 좋은 날, 낙엽들은 일렬종대로 서서 또르르 구르는 것을 넋 나간 사람처럼 바라본다. 황금 옷 고운 빛으로 치장한 눈부신 모습, 금세 눈시울이 촉촉해진다. 정들었던 잎들이 낙엽 되어 마지막 가는 길, 규수 같은 위엄으로 현란한 춤을 추며 이별을 고한다.

태평양 바닷속의 비릿한 것들이 로키산 침엽수와 놀이패가 되어 요란한 소리를 지르면, 어느새 신의 따스한 입김이 눈더미를 녹이고 있다. 김장 양념 만들 듯 태평양 바다 젓갈 향이 침엽수 잎을 비벼서 빗어내는 이 신비로운 향기, 창조주의 체취다. 한밤중 나는 두 팔을 벌려 가슴을 활짝 편다. 한 해를 보내며 나도 춤을 추며 찌든 피부를 말끔히 씻어낸다.

신의 냄에 매료돼 26년 동안 이곳에 나를 동여매고 있다.

신神은 지구 서너 곳에 수눅 바람 수혜 도시를 창조하고, 해발 1050m의 구릉 위 도시 캘거리를 축복했다. 겨우내 태평양 척척한 비구름 무리들을 로키산맥을 넘기 전에 다 솥아 놓게 하고 열기를 품은 마른 바람만 가볍게 산을 넘게 한다. 자유를 만난 바람은 산을 넘으며 춤을 추고 노래를 한다. 술에 취한 듯 광란의 추태로 괴롭히기도 한다. 때로는 자연의 광란이 아름다울 때도 있다. 영하 10도의 날씨가 하르 밤 사이에 영상 10도로 변한다. 광풍이 지나가면 제정신이 든 듯 며칠을 따스함과 고요함으로 함께 지내다 슬그머니 사라진다. 사죄하는 듯 발목의 적설 더미를 말끔히 치우고 떠나기를 어디 한두 번이던가.

70년생 포플러 나무 곁에 나란히 서서 몰아치는 센 바람을 맞는다.

아흔이 넘은 가게 단골 노인은 애당초 쇼핑몰과 고등학교 사이에 철망을 설치하고 10년생 포플러 나무 10그루를 담장 따라 심었다고 전해 준다. 그중 네 그루가 사라지고 6그루가 200여 미터 철망을 따라 나란히 자라고 있다.

폐부를 말끔히 씻어낸 맑은 마음으로 아름드리 나무를 껴안으니 우듬지의 정수리가 보인다, 나무 밑을 살핀다. 밑동이 섞어들어간다. 센 바랑이 불면 큰 나무가 금방 쓰러질 것 같다. 불현듯 포플러 나무의 수명이 백 년을 못 간다는 말이 떠올라 주위를 꼼꼼하게 살핀다.

이게 웬일인가.

달빛에 비늘도 없는 구렁이가 철망을 따라 나란히 기어가고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의 중간 지점에서 머물며 자손 하나를 낳았다. 벌써 키를 넘었는데 이제야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새끼줄 꼬듯 사방을 뻗으며 고이고 있다.

햇빛에 못 보던 나무의 위엄을 달빛에 비로소 본 것이다. 푸른 잎에 가려 못 보던 나무의 정신, 참 모습을 본 것이다. 정수리들이 하늘을 향해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있다.

나도 어느새 눈물을 뚝뚝 떨어드리며 겨울의 길목에서 참회의 기도를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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